남성 육아참여 현실과 사회적 기대의 간극
육아는 언제부턴가 ‘엄마의 몫’으로 여겨져 왔다.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 키우는 건 엄마가 중심”이라는 인식은 강하게 남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남성 육아참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는 높아졌지만, 현실의 변화 속도는 그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함께하는 육아’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지만, 그 말이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아빠들의 육아참여, 어디까지 왔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가사·육아 시간은 과거보다 분명히 늘어났다. 퇴근 후 아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주말에 외출을 돕는 모습은 이제 많은 가정에서 볼 수 있다.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라는 뉴스도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양적인 증가에 비해 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아빠들이 주로 맡는 역할은 ‘놀아주기’나 ‘돌발 상황 대처’에 머무르고, 기저귀 갈기, 이유식 먹이기, 병원 데려가기 같은 반복적이고 세세한 돌봄 노동은 여전히 엄마의 몫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육아휴직의 경우, 법적 권리로 보장되었음에도 사용 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그나마 신청이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남성 근로자들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에 가깝다. 사회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장려하지만, 일터와 현실은 그 기대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대와 현실의 격차
문제는 단순히 아빠 개인의 태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육아 문화와 인식, 직장 내 분위기가 변화 속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은 여전히 강력하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는 남성들은 눈치를 보게 되고, ‘아빠가 애 키운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미디어와 사회 담론에서도 남성 육아참여는 여전히 ‘칭찬 받을 만한 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거나, 외출을 돕는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멋진 아빠’로 추앙받는 현상은 대표적인 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엄마에게는 당연하게 요구되고, 아빠에게는 특별한 미담처럼 비치는 사회적 이중 기준은 육아를 둘러싼 불평등을 더욱 고착시킨다.
함께 키우는 사회로 가려면
아빠들의 육아참여를 ‘돕는 것’에서 ‘함께하는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직장 내에서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 성별에 상관없이 육아를 기본 책임으로 여기는 문화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고, 학교와 미디어에서는 새로운 가족 모델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교육과 콘텐츠가 필요하다.
가정 안에서도 역할 분담은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다. 육아는 한쪽의 희생이나 열정에만 기댈 수 없는 일이다. 일상에서 아빠와 엄마가 동등한 책임감을 갖고, 서로의 상황과 감정을 존중하는 대화가 이어질 때 비로소 함께 키우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
엄마만 힘든 육아에서 벗어나려면, ‘아빠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는 함께 가야 한다. 육아는 더 이상 개인의 과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 모두가 함께 짊어질 과제다. 그 변화의 출발선은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놓여 있으며, 이제는 그것을 조금 더 실천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