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청년 주거 불안, 결혼과 출산을 멀어지게 하다

by 세담e 2025. 5. 7.

집 없는 청년들의 선택과 저출생 문제의 연결고리


최근 청년들의 결혼·출산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취업난, 일·가정 양립 문제,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지만, 그중에서도 주거 불안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문제로 꼽힌다. 집은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결정을 뒷받침하는 물리적·심리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질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이 사라지고, ‘내 평생 집은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자리 잡은 지금, 청년들은 생애 설계에서 결혼과 출산을 점점 뒤로 미루게 된다. 그 연결고리를 차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청년 주거 불안, 결혼과 출산을 멀어지게 하다

청년 세대를 짓누르는 주거 현실


청년층에게 주거 문제는 더 이상 독립이나 자립의 상징이 아니다. 높은 집값과 전·월세 상승, 치솟는 대출 이자 속에서 독립은커녕 부모님 집에 머물거나 셰어하우스, 고시원, 원룸에서 임시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수도권의 주거 문제는 청년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취업 준비나 직장 문제로 서울이나 경기권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그곳에서 살 만한 공간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서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집값을 모으기 위해 수년간 저축하느라 연애·결혼은 미루고, 출산 계획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정된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미래 설계는 불가능해지고, 청년들은 점점 단독 가구 형태로 고립되어 간다.

 

결혼과 출산은 집에서 시작된다


주거 안정은 단순히 집 한 채를 마련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에 있어 ‘안정성’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는 결국 공간과 비용이다. 보금자리 마련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결혼은 부담스러운 선택이 되고, 출산은 더 멀리 밀려나게 된다.

주거 불안은 단순히 주택 매매나 임대 비용의 문제를 넘어, 청년 세대의 심리적 안정감과 직결된다. 당장의 수입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전세금, 언제 끝날지 모를 월세 생활, 갑작스러운 이사 압박은 ‘안정된 가정’을 만들고 싶은 의지를 약화시킨다. 안정된 주거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혼이나 출산은 ‘모험’에 가깝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저출생 해법, 주거부터 다시 바라보기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지원금, 육아휴직 확대, 보육시설 확충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건 그보다 먼저 ‘집’이라는 현실적 기반이다. 안정적인 주거가 마련되어야만 청년들은 그 위에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 청년 전용 주택, 주거비 지원, 임대료 상한제 같은 대책들은 단순한 주거 문제 해소를 넘어 저출생 대응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출생률을 높이려는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셈이다. 청년들이 살 만한 집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정’이라는 단어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주거 불안은 청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 오늘날의 저출생 문제는 더 많은 돈이나 혜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 그 안에서 꿈꾸고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출산과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다시 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