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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사회, 무엇이 문제일까

by 세담e 2025. 5. 2.

청년 '쉬었음' 인구 증가와 일자리 미스매치가 던지는 신호


언제부턴가 ‘쉬었음’이라는 말이 통계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하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청년층의 실업이 단순히 취업 시장의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직업이 없어서 쉬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없거나, 아예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쉬었음’이 단순한 게으름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신호라면, 우리는 이 현상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사회, 무엇이 문제일까

청년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5세에서 34세 청년층 중 ‘쉬었음’ 상태로 분류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의 질, 보상, 안정성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미루거나, 반복되는 취업 실패에 지쳐 아예 노동시장에서 거리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불안정한 계약직,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 경력 개발이 어려운 직종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 주거 비용, 미래 불안이라는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단순한 생존을 위한 노동은 더 이상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아무 일자리나’ 잡기보다, 차라리 잠시 쉬며 기회를 모색하는 길을 택한다. 이는 개인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


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또 다른 원인은 일자리 미스매치다. 기업은 채용 공고를 내지만, 청년들은 그 일자리에 지원하지 않는다. 필요한 인재상과 청년들의 기대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 기술 산업, IT 분야 등에서는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역량을 갖춘 청년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청년들은 자신이 배운 전공이나 흥미에 맞는 일을 찾지 못해 다른 길을 고민하게 된다. 또한 고용 시장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디지털화, 자동화, 플랫폼 경제 확산으로 인해 전통적인 직업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데, 이에 맞춘 교육과 직업 훈련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와 자신의 역량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쉽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미스매치는 단순히 기술적 역량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의 가치, 근로 조건, 미래 전망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정된 직장' 하나만을 목표로 삼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의미 있는 일,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청년과 사회 모두에게 필요한 새로운 접근

쉬고 있는 청년들을 비난하거나 단순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시각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들의 문제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구조와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 역시 청년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직업 교육과 재훈련 프로그램은 현재 산업 수요에 맞춰 더욱 실질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단순히 스펙을 쌓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는 역량 개발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 프리랜스,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경로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노동환경 개선 역시 빠질 수 없는 과제다. 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 불안정한 근로 조건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일터를 만드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쉬는 청년들의 증가는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청년이 쉬고 있는 시간이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