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만이 답은 아니다. 요즘 청년들의 색다른 정치적 움직임
정치는 오랫동안 ‘기성세대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연륜과 경험,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의가 중심이 되었고, 청년들은 그 바깥에서 관찰자 혹은 무관심한 존재로 비쳐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청년들은 더 이상 조용히 침묵하지 않는다. 기존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치 자체를 외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투표율’이라는 좁은 기준을 넘어, 청년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 문화는 어디까지 왔을까?
투표 이상의 방식으로 말하는 세대
청년층은 기존 정치의 언어와 형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연설과 토론, 공약 같은 공식적인 정치 언어보다는 자신들의 일상 언어로, 자신만의 플랫폼에서 목소리를 낸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커뮤니티 사이트 등 다양한 디지털 공간에서 청년들은 정치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표현하고 공유한다. 댓글, 밈, 패러디, 1인 방송 등은 이제 이들에게 있어 정치적 참여의 한 방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정치권에겐 낯설고 예측하기 어려운 흐름이지만, 청년들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가볍게 보일 수 있는 밈 한 장에도 정치적 메시지가 담기고, 짧은 영상 하나로 수십만의 공감이 이뤄진다. 이는 단순한 관심 표현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고 전파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청년들은 더 이상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슈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입장을 정하고, 필요에 따라 행동한다. 전통적인 ‘정당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이슈 정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청년이 만드는 작고 단단한 공동체
정치 참여는 투표장만이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 이뤄진다. 청년들은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작은 연대를 만들고, 그 속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환경 보호, 성평등, 노동권, 주거 불안, 교육 기회 등 특정한 이슈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대규모 조직을 만들기보다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소규모 모임을 선호한다.
청년 세대가 만들어가는 정치 문화의 특징은 ‘생활 속 참여’에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사는 동네의 쓰레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청에 민원을 넣고, 친구들과 함께 청소 활동을 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정치적 실천이다. 직접 출마하거나 캠페인을 기획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SNS를 통해 지역의 의제를 소개하고, 자발적인 모금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제도 정치 바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적 냉소’와는 다른 결을 가진다. 기존의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그것이 곧 정치 전체에 대한 회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더 나은 정치를 상상하고,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그 상상을 실현하려 한다. 정치가 나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태도는 점점 더 많은 청년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청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 세대는 지금,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들의 참여 방식은 예전과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그만큼 강력하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목소리를 정치가 제대로 읽고 반응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정치 구조는 여전히 연령 중심적이며, 청년들의 참여를 수용할 만큼 유연하지 않다. 청년들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가 더 많아져야 하며, 그들의 언어와 방식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치 교육 또한 중요한 과제다. 청년들이 더 나은 정치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력과 정보 해석 능력이 필요하다. 가짜 뉴스나 단편적인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나 지역사회,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고, 소통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청년들은 분명히 정치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 단지 그들의 방식이 기존과 다를 뿐이다.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오히려 지금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정치권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정치 문화는 단단하고 생생하다.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정치의 얼굴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창의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미 우리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진행 중이다.